혼자라고 느껴질 때면 주위를 둘러보세요,

이렇게 많은 이들 모두가 나의 친구랍니다. - 최어머님 이야기


작년 1월, 수화기 너머로 힘없는 최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머님과 하는 첫 통화였지만 어머님은 그동안 힘들었던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장애가 있어서 키우는데 힘들었어요.

남편은 경비 일을 하다가 쇼크가 와서 갑자기 하늘나라로 갔어요.

살아남아야 하니까 파출부, 청소, 식당일 같은 힘든 일을 했어요.

건강이 나빠지는 게 보여도 어쩔 수 없이 계속했죠.

보증금 지원사업을 알게 되어서 아들이랑 함께 살 집은 구했는데

보증금 이자가 높아서 수급비로는 감당이 안돼요. 근데 이미 일을 할 수 없는 몸이라 막막해요.

힘든 이야기를 하면 더 비참해지는 것 같아서 지금까지 혼자 버텼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안 좋아서 어렵게 연락하게 되었어요.”


생각만 해도 견디기 힘든 삶을 살아온 최어머님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주어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지금까지 잘 버텨오셨는지 여쭈어봤습니다.

“그래도 아들이니까요. 한편으로는 또 불쌍해요.”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우연히 공원에서 만나게 된 활동보조인이 아들을 많이 도와주었다며

“정말 소중하고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하셨습니다.


보증금 지원사업을 찾아보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동안 어머님께서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하실 수 있는지 여쭈어보았습니다.

어머님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일은 못 하지만 장애 수당이랑 수급비로 조금씩 조절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조금씩 만날 수 있도록 활동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방면에서 충분히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해보겠다’라고 말씀해주신 어머님의 용기에 저 또한 힘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최어머님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최어머님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주었습니다.

재계약 관련해서 우편이 왔는데 지금 당장 관리비를 완납했다는 서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어머님께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함께 찾아보았습니다.

걱정이 앞서 생각해보지 못한 방법들을 하나씩 찾아보면서 최어머님은 조금씩 차분해지셨습니다.

“막연하지만 현금서비스를 받아야 할 것 같아요.”라고 하시며 우선 전화 통화를 마쳤습니다.

몇 시간 뒤에 한결 밝아진 목소리로 어머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제가 친구한테 전화해봤는데 마침 친구가 아들한테 용돈을 받았대요.

제 상황을 말하니까 ‘일단 살고 봐야 된다’면서 돈을 빌려줬어요. 3개월 뒤에 갚는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하면서 빌려줬어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용기 내어 전화한 것에 대해 지지해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최어머님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고 하자

“예전에는 힘든 내색을 안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더 많이 걱정해주는 것 같아요.”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앞으로 경제적인 것은 어머님께서 스스로 수급비와 장애 수당을 통해서 관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친절하게 안심이 되게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통화 끊고 나서 눈물이 났어요. 정말 감사해요.”라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수급비와 장애 수당만으로 의료비와 생활비가 부족했던 달은 관리비가 미납되기도 했습니다.

최어머님은 여러 방면으로 연락을 하며 혼자서 좌절하지 않고 해결 방법을 찾아 나섰습니다.

“친구가 용돈을 받았다고 하면서 또 도움을 줬어요.

그리고 예전에 저희 가정에 빚을 졌던 사람이 있는데 최근에 제 소식을 듣고 죄송하다고 하면서 200만 원을 줬어요.

생각지도 못한 돈이 들어와서 재계약도 잘 처리했어요.”라고 하였습니다.


중간에 어지럼증이 심해지신 어머님을 위해 의료비를 연계하였습니다.

자부담이 들었지만 병원 의사 선생님께서 최어머님의 상황을 알고 자부담을 지원해주시고

약값을 내지 않은 상황에서도 빠른 증상 완화를 위해 미리 약을 지어주시는 등 도움을 주셨습니다.

후원 물품이 있을 때 최어머님이 직접 들고 가기 힘들 때는

활동보조인의 배우자 분이 직접 차를 가지고 와서 전달해주기도 하고,

아들의 외부활동을 위해 주말에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했습니다.

거주지 관련 내용은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이웃들과 고민을 나누며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최어머님과 만난 지 어느덧 1년이 되는 날,

어머님은 처음 만날 때보다 편해진 모습이셨습니다.

어머님은 “빚이 아직 있지만 친구들한테 도움도 받고

지원금도 받아서 올해 가기 전까지는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웃음을 보이셨습니다.

누구보다 힘든 시기였지만 최어머님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고

소중한 분들과 함께 나누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최어머님은 “처음에는 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게 창피하고 내 얼굴에 침 뱉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이야기를 하고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는 걸 보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혼자 끙끙 앓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해야겠구나’라고 느꼈어요.”라고 하였습니다.


어머님께 현재 같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분들에게 희망의 말씀을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어머님은 편안한 표정으로 “지금은 막막하고 앞이 안보일텐데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좋은 날이 올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긍정적으로 밝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어둠 속으로 빠지는 게 아니라 점점 빛이 보이는 것 같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요.

용기 내라고 말하고 싶네요.”라고 하셨습니다.

최어머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치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온 어머님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 같았습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의 손을 잡으며 조금씩 밝아질 최어머님의 앞날을 응원합니다.